임상과 기초를 잇는 다리

바이오헬스 시대를 맞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이면서, 임상에서 마주한 질문을 연구로 확장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학부–전공의–전일제 대학원–박사후로 이어지는 SPST(SNU-SNUH Physician Scientist Training)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과학적 연구 방법을 배우고 실제 연구에 참여하며, 임상과 기초·융합 연구를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서울의대는 자체 프로그램과 보건복지부 사업을 연계해 전일제 연구와 임상 수련을 균형 있게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학위 취득을 넘어,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과학적 탐구로 해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독립 연구자를 기르는 데 있다.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은 연구비, 워크숍, 멘토링, 발표회 등을 통해 전주기 연구 생태계를 운영하고 있다.

의사과학자가 성장하는 전 과정의 지원 체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SPST 프로그램은 학부–전공의–전일제 대학원–박사후로 이어지는 단계별 연구 교육 체계를 통해 의사과학자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학부 과정(P1)에서는 의학연구 교과목과 학·석사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면역학·유전체학·데이터사이언스 등 8개 지속 연구 과정을 통해 기초·융합 연구의 토대를 다진다. 대학원·전공의 과정(P2)에서는 전일제 석·박사 과정, 융합형 전공의 지원, 기초연구연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연구 역량을 심화한다. 세미나·실험 기법 교육·커리어 멘토링을 통해 임상에서 출발한 질문을 과학적 탐구로 확장하는 힘을 기른다.박사 학위 취득 이후의 박사후 과정(P3)은 독립 연구자로 나아가는 단계로, 연구비와 실험 환경을 집중 지원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연구 경로를 개척할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다.

질문이 태어나는 순간 권해윤 의학과 3학년 · P1|SPST 학부 과정

“의사과학자는 환자 곁에서 생긴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Q. SPST 학부 과정(P1)에서 어떤 연구를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예과 시절 ‘의학연구의 실제’ 수업을 통해 생화학교실 권오빈 교수님 연구실에서 실험을 배우며 연구를 처음 접했습니다. 그 덕분에 본과에 올라와 면역학을 접했을 때 여러 지식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연결되는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면역세포가 균형을 이루는 방식, 그 속에서 왜 어떤 반응은 일어나고 어떤 반응은 억제되는지에 대한 질문이 계속 남았습니다. 그 질문을 더 오래 붙잡고 싶어 SPST에 지원했고, 지금은 김현제 교수님 연구실에서 인간 면역 기반 멀티오믹스 연구를 배우고 있습니다. 천식 환자의 스테로이드 반응성 차이를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로 분석해 치료 반응을 설명할 수 있는 세포 아형과 신호를 찾는 연구, 소아 희귀질환 환자의 면역 표현형을 분석해 유전자 기능 저하나 면역 경로 이상을 탐색하는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습니다.

Q.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A. SPST는 저에게 사고의 결을 완전히 바꿔 준 프로그램입니다. 이전에는 더 나은 정답을 찾고 싶었다면, 지금은 더 나은 질문을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실험 조건 하나에도 이유가 있고, 데이터의 작은 패턴을 해석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을 직접 겪으면서, 질문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연구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또 임상과 기초가 서로 다른 길이라는 기존 생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SPST를 통해 두 세계는 서로를 견인하는 두 축이 될 수 있다는 감각을 처음으로 갖게 되었고, ‘둘 중 하나’가 아닌 ‘둘이 만나는 지점’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뚜렷해졌습니다.

Q. 멘토 교수님이나 연구실 구성원에게 받은 조언 중, 본인에게 깊게 남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 여러 선생님의 조언이 큰 힘이 됐습니다. SPST 총괄을 맡고 계신 김종일 교수님께서는, 연구는 결코 쉽지 않지만 학생 때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관심 가는 분야에 한 번 걸어 들어가 보라는 말씀이, 연구에 도전해 보자는 마음을 굳히게 해주었습니다. 학부 지도 교수이신 조동현 교수님께서는 먼 미래를 한꺼번에 결정하기보다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을 기준으로 선택해 보라고 조언해 주셨고, 그 말이 연구실을 선택하는 기준을 세우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연구를 지도해 주시는 김현제 교수님은 “큰 질문을 잃지 말라”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진행 중인 실험이나 분석이 더 넓은 질문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계속 확인해 보라는 뜻이었고, 그 덕분에 연구를 짧은 결과가 아니라 긴 호흡의 이야기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Q. 연구와 학업을 병행하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고,그 시간을 회복한 본인만의 방법도 들려주세요.

A. 연구는 깊게 몰입해야 하는데, 학업과 병행할 때는 그 흐름이 자주 끊기는 점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일정은 미리 조율하고, 실험은 여유가 있는 시기에 모아 진행하며 흐름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욕심만으로는 지속하기 어려워서, 지금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정확히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회복은 거창한 방식보다 일상의 작은 루틴에서 찾습니다. 친구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시간이 큰 힘이 되고, 잠들기 전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은 습관도 제게는 중요한 리셋의 순간입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의사과학자’란 어떤 존재인가요?SPST 경험 속에서 그 방향성에 확신을 갖게 된 순간이나 장면이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저는 의사과학자를, 환자가 남긴 질문을 실험실에서 다시 사유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전일제로 연구실에 있었던 지난 1년은 이 방향성에 확신을 준 시간이었습니다. 환자 혈액에서 세포를 분리하고 조건을 조정하며 프로토콜을 최적화하던 과정, 그리고 랩미팅에서 논문을 해부하며 동료들과 “다음 질문은 무엇일까”를 함께 고민했던 순간들이 제게는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며, 이 세계를 오래 붙잡고 싶다는 생각이 또렷해졌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의사과학자로 성장하고 싶으신가요?

A. 환자에게서 출발한 의문을 붙들고, 그 질문을 과학의 언어로 다시 바꾸어 답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세운 가설이 데이터로 검증되고, 그 결과가 누군가의 질병 이해나 치료에 작게라도 기여한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임상과 기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세계가 만나는 지점을 제 삶에서 찾고자 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질문을 놓지 않고 의미 있는 답을 쌓아 나가는 것, 그것이 제가 그리는 의사과학자의 모습입니다.

질문이 방향이 되는 순간 이한재 선임연구원 · P2|SPST 전공의·전일제 박사 과정

“의사과학자는 기초와 임상의 두 언어를 모두 이해하고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Q. SPST 전공의·전일제 박사 과정(P2)을 거치며 어떤 연구를 이어오고 계시며, 프로그램 참여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평소 기초과학에 관심이 많아 군의관 대신 전문연구요원으로 대체 복무하며 박사 과정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이러한 과정을 지원하는 SPST가 마련되면서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고, 전공의 지원사업과 전일제 박사과정 지원을 통해 박사 학위를 취득할 때까지 지속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피부 재생, 그중에서도 모발 재생 기전을 중심 주제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Q.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A. 신규 연구자로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연구비인데, SPST의 지원 덕분에 하고 싶은 연구를 스스로 설계하고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하며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임상과 기초가 완전히 다른 두 세계가 아니라는 점을 몸으로 익히게 된 것입니다. 임상의 현상이 실험실에서 다시 질문이 되고, 기초의 발견이 임상적 의문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경험했습니다.

Q. SPST 과정에서 받은 조언이나 경험 중, 연구자의 방향을 정하는 데 영향을 준 것이 있다면요?

A. SPST에서 가장 크게 느낀 가치는 ‘소속감’이었습니다. 기초 연구에 관심 있는 의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비슷한 고민을 가진 동료들과 정체성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초기 연구비 지원뿐 아니라 이러한 네트워크가 ‘의사과학자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감각을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초기에는 연구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기에, SPST의 지원은 제가 좋아하는 분야를 깊게 파볼 수 있는 결정적인 발판이었습니다.

Q. 전공의 수련을 마친 뒤 전일제 박사 과정을 선택하게 된 핵심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A. 임상을 병행하지 않는 전일제 박사 과정은 흔한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고민이 컸습니다. 군의관 복무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부담도 있었고, ‘기초과학을 전문으로 파겠다’는 결심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의사로서 독립적인 연구 역량을 제대로 기르려면 전일제 연구 경험이 필수적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 판단이 지금도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상과 기초 중 하나를 고르는 선택이 아니라, 두 영역을 깊이 있게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었습니다.

Q. 연구와 수련을 병행하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회복은 어떻게 찾으시나요?

A. 전문연구요원 기간에는 임상 진료를 병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병행의 어려움은 없었지만, 전공의 4년 차 때는 임상 진료와 박사 학위 수업, 연구 초기 과정이 겹쳐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 시기에는 일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하고,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는 방식으로 버텼습니다. 회복은 일상의 꾸준함에서 찾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좋아하던 테니스를 지금도 틈틈이 치면서 기분 전환을 하고, 매일 짧게라도 체육관에서 운동해 체력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초 연구의 길을 흔들림 없이 지지해 준 아내의 존재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의사과학자’란 어떤 존재인가요? SPST 경험 속에서 그 정체성에 확신을 준 순간이 있었다면 들려주세요.

A. 저는 의사과학자를 기초와 임상의 두 언어를 모두 다루며, 두 영역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진료실에서 느낀 의문을 기초 연구로 번역하고, 실험에서 얻은 통찰을 다시 임상적 질문으로 연결하며, 두 분야의 흐름을 조율하는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들이죠. 정체성에 확신한 특별한 순간이 있었다기보다는, 전일제 박사 과정 동안 하루하루 쌓인 연구의 시간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실험과 분석을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매일의 연구가 제 정체성을 형성해 왔고, 다시 선택의 시점으로 돌아간다 해도 전일제 연구를 선택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의사과학자로 성장하고 싶으신가요?

A. 제가 의사과학자를 꿈꾼 이유는 기초 연구 역량을 기름으로써 단순한 임상의사를 뛰어넘어 의학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좀 더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기초와 임상의 경계를 허물고,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치료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질문이 연결이 되는 순간 김진아 진료교수 · P2|SPST 융합형 의사과학자 전일제 과정

“의사과학자는 현재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동시에 ‘미래의 환자’에게
더 나은 답을 만들고자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Q. SPST 전공의·전일제 박사 과정(P2)을 거치며 어떤연구를 이어오고 계시며, 프로그램 참여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저는 2019년 전공의 시절 ‘융합형 의사과학자 전공의 사업’을 통해 처음 프로그램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해외 연수 중이라 지원이 쉽지 않았지만, 언젠가 기초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기에 주저하지 않고 도전했습니다. 그 경험이 전일제 박사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올해 박사 학위를 마친 뒤에는 서울대병원 신경과에서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루게릭병은 신경과 전공을 선택한 계기이기도 해서 특별한 애정이 있는 분야입니다. 적절한 질병 모델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모델링, 환자 유전체 분석, 단일세포 분석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발병 기전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임상에서 느낀 의문이 연구의 출발점이 되고, 연구가 다시 임상으로 연결되는 흐름을 날마다 체감하고 있습니다.

Q.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A. SPST는 저에게 기초 연구의 ‘문턱’을 넘게 해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실험이나 분석을 직접 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지만, 사업을 통해 기초 실험과 bioinformatics 툴들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임상과 기초는 서로 분리된 길이라는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진료실에서 만난 루게릭병 환자들의 유전체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고 환자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직접 생산하고 연구에 활용하면서 임상과 연구가 통합되어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전공의 수련 후 전일제 박사 과정을 결정할 때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A. 전임의 2년 동안 루게릭병 환자를 많이 보며, 신경퇴행성질환은 기초 연구 없이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깊이 느꼈습니다. 전임의 과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임상 스태프로 취직을 할지, 전일제 연구로 들어갈지 고민이 컸지만 “지금이 아니면 평생 기초 연구를 시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전일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남들과 다른 길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지만, 환자 치료의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서는 기초 연구 역량을 기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돌이켜보면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이었고, 지금의 정체성을 만든 중요한 결정이었습니다.

Q. SPST 과정에서 받은 조언이나 경험 중, 도움이 되었거나 마음에 깊게 남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A.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멘토들의 조언이 연구자로서의 시야를 넓혀주었습니다. 김종일 교수님께서는 “박사는 자기 분야에서 모든 실패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는 말씀을 종종 해주셨는데, 실험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다시 방향을 잡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학위심사위원장이셨기도 했던 묵인희 교수님께서 한 연말 행사에서 “별거 아닌 것 같은 하루하루가 쌓여 열매를 맺는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지지부진한 연구로 답답한 나날을 보내던 시기에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전공의 시절부터 지도해주신 성정준 교수님은 루게릭병 마우스 모델과 부검 조직 등을 제공해 주시며 기초 연구의 기반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주셨고, 전공의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부터 늘 아낌없는 조언과 응원을 해주신 최형진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처럼 같은 길을 걷는 선배님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SPST의 큰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Q. 임상·연구를 병행하며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회복은 어떻게 찾으시나요?

A. 전공의, 전임의 시기에는 임상 진료와 발표, 각종 행정 업무, 박사 준비 과정이 한꺼번에 겹쳐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 가장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고병원, 연구실 일에만 몰두하는 것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때부터 해온 테니스를 지금도 꾸준히 치면서 운동 효과와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동시에 보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실 동료들과 함께 테니스를 치면서 단합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의사과학자로 성장하고 싶으신가요?

A. 저는 의사과학자를, 현재의 환자를 진료하면서 동시에 미래의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를 만들어가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신경퇴행성질환의 질병 모델을 발전시키고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는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환자에게서 출발한 의문을 기초 연구로 이어가고, 그 답이 언젠가 다시 환자에게 돌아가는 선순환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의사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질문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진선필 임상부교수 · P3|SPST 박사후 연구 지속 과정

“의사과학자는 임상의 질문을 기초 연구로 풀어 환자에게
돌아가는 길을 직접 만드는 사람입니다.”
Q. 현재 P3에서 어떤 연구를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저는 SPST의 박사후 연구 지속 과정(P3)에 참여해 중증 자가면역 수포성 질환(천포창)의 발병 기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환자 샘플을 기반으로 Spatial transcriptomics를 적용해 병변 부위의 면역 반응을 분석하고, 동물 모델을 통해 새로운 치료 타깃의 효과를 검증하고 있습니다. 이 길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전공의 시절 경험한 한 환자였습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진단받지 못하던 환자를 해외 학회에서 본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정확히 진단해냈던 순간, 깊이 있는 연구가 환자의 치료에 실질적인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그 경험 이후 기초 연구의 필요성을 확신했고, 지금의 P3 과정으로 이어졌습니다.

Q.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A. SPST는 저에게 ‘환자 중심 연구’라는 방향성을 분명하게 만들어준 프로그램입니다. 기초 기술을 익히던 단계에서 벗어나, 지금은 Single-cell RNA-seq과 Spatial transcriptomics 같은 최신 오믹스 분석을 활용해 환자 조직에서 직접 병태생리를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임상에서 마주한 질문을 기초 연구로 풀고 다시 환자에게 돌아가는 순환 구조를 실제로 구현해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단순한 지원을 넘어, 독립적인 연구자로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P3 첫 기수로서 느낀 책임감이나 의미는 무엇이었나요?

A. 가장 크게 느낀 책임감은 “임상에서 깊이 있는 기초 연구를 수행하는 의사과학자 모델은 가능하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임용 직후 P3에 참여하면서 초기 연구 성과로 후속 연구비를 확보할 수 있었고, 작은 규모지만 독립된 실험 환경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서울의대가 의사과학자의 기초 연구를 제도적으로 확실히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Q. SPST 과정에서 특히 도움이 되었던 점과, 앞으로 보완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A. 가장 큰 장점은 커리어 전반을 관통하는 단계별 지원입니다. 전문연구요원과 ‘기초연구연수의’ 프로그램을 통해 충분히 연구 역량을 쌓을 수 있었고, 박사후 단계에서는 독립 연구자로 성장하도록 지원받았습니다. 다만 의사과학자의 커리어 패스가 여전히 임상 중심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어, 연구·진료·교육이 조화된 다양한 경로가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임상 경험이 교수님의 연구 방향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제가 진료하는 난치성·희귀질환 환자들은 진단이 늦거나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면역억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자가면역 수포성 질환 환자 들을 진료하며, “병변이 생기는 국소 부위의 면역 환경을 직접 규명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이후 Spatial transcriptomics를 활용한 조직 분석 연구로 연결되었습니다. 이처럼 임상에서 마주한 미해결 문제가 자연 스럽게 제 연구의 방향을 잡아주었습니다.

Q. 바쁜 일정 속에서 회복은 어떤 방식으로 찾으시나요?

A. 회복은 저에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입니다. 가장 큰 힘은 가족과 보내는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일상에서 얻습니다. 주말 중 하루라도 연구와 진료에서 벗어나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심리적 균형을 잡아줍니다. 또한 학생들과 전공의를 지도하는 시간도 큰 회복입니다. 후학이 성장하고 연구에 흥미를 느끼는 모습을 볼 때, 이것이 곧 미래에 대한 기여라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가 됩니다.

Q. 앞으로 어떤 의사과학자로 성장하고 싶으신가요?

A. 저는 의사과학자를 임상과 기초의 두 세계를 하나의 순환 고리로 잇는 중심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가장 먼저 인지하고, 그 질문을 기초 연구로 깊이 있게 풀어내며, 다시 실질적인 치료로 연결시키는 사람, 즉 현재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동시에 미래의 환자를 위한 답을 만들어가는 ‘연구하는 의사(Researching Physician)’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제가 속한 연구실이 면역피부질환 연구의 글로벌 중심으로 자리잡는 데 기여하고, 난치성 질환을 극복할 수 있는 세포치료제와 다양한 중개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고자 합니다. 또한 환자 중심 연구의 가치를 이해하는 차세대 의사과학자들을 양성하는 일에도 힘을 쏟고 싶습니다. 결국 의사과학자의 길을 이어갈 후배들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기여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