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사과학자양성사업단장 김종일입니다. 먼저, 귀중한 시간 내주신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비롯해 이 자리에 모인 분들 모두 의사과학자양성사업단 소속이지만, 각기 조금씩은 다른 과정을 밟아 왔습니다. 그런 만큼 오늘 대담이 서울의대는 물론 대한민국 의학 발전을 이끌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의 설립 취지와 가치를 널리 알리는 동시에 향후 방향성을 깊이 있게 살피는 시간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 최형진

    의사과학자양성사업단의 SPST(SNU-SNUH Physician Scientist Training) 프로그램 중 Phase2를 담당하는 최형진입니다. Phase2는 대학원생과 전공의의 연구를 지원하는 과정으로 크게 두 가지 트랙으로 구성됩니다. 전공의 수련과 비전일제 대학원 과정을 동시에 밟는 분들 그리고 전공의 수련을 하지 않고 전일제 대학원에 진학한 분들을 위한 트랙인데요. 이분들을 위한 행정 및 경제적인 지원은 물론 학문적 방향성 결정에 도움을 드리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 조동현

    SPST 프로그램 중 박사 후 과정을 지원하는 Phase3의 간사와 Phase2의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특히 저는 안과 전공의 수련과 전일제 과정을 거쳐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교수가 되었기에 스스로 의사과학자로서 뚜렷한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과학자양성사업단에서 일하는 것을 당연한 의무이자 즐거운 사명으로 생각합니다.

김종일 의사과학자양성사업단은 2022년에 출범했지만, 서울의대는 15년 전부터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왔습니다. 2008년 서울의대 대학원에 의과학과를 개설한 것과 2011년 기초연구연수의 프로그램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후 2016년의 체계적인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개발, 2018년의 보건복지부 기획 과제인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프로그램 마련 연구’에 이어 2020년에는 학석사 연계과정을 도입했습니다. 기초과학 분야의 석사학위 과정을 전일제 연구 과정과 연계해, 의생명과학 연구를 선도할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을 본격화한 것이지요. 그리고 2021년 의사과학자양성위원회를 거쳐 2022년에는 서울대학교 조직도에 영구적으로 남을 행정 조직으로 의사과학자양성사업단이 출범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주제인 ‘서울의대의 정체성과 의사과학자’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의사과학자에 대한 정의부터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큰 틀에서는 의사는 모두 과학자라 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먼저 최형진 교수님께서는 의사과학자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최형진 저는 의사과학자라는 용어를 ‘의사 출신의 과학자’ 혹은 ‘의사 면허를 가진 과학자’라고 풀어 쓰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는 진료를 전혀 하지 않아도 의사 출신인 과학자라면 의사과학자라 할 수 있겠지요. 지금 여기에 있는 저희가 좋은 예가 될 듯합니다. 김종일 단장님께서는 의과대학 졸업 후 바로 연구를 시작하셨고, 조동현 교수님은 전공의를 거쳐 현재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고 계시죠. 저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지만 최근 1년간은 진료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과정을 거쳐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과학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는 의사과학자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즉, 현재 수행하고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면 의사과학자는 결국 과학자인 것이지요

김종일 최형진 교수님 말씀처럼, 의사과학자의 범위는 굉장히 넓습니다. 넓게 열어 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사 특히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연구를 병행하고 있는데 ‘굳이 왜 의사과학자가 필요한가?’라고 묻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저는 보다 근본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서라고 답하곤 합니다. 실제 환자 진료와 연계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의학 발전을 위해서는 기전 분석이나 병태생리 규명 등 근본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연구를 위해서는 시간과 인력, 비용을 지속해서 투입해야 하니 쉽지 않죠. 하지만 서울의대에는 우리나라와 세계 의학을 이끌 의무가 있습니다. 오늘 대담 주제인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부분인데요. 서울의대가 2008년 대학원에 의과학과 과정을 신설한 것도 그 때문이고요.

조동현 저 역시 정체성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나는 의사과학자다’라고 규정을 하면 명확한 방향성이 생기니까요.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는 제 경우를 예로 들면, 진료를 할 때도 항상 새로운 방법론을 염두하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여지를 가늠하게 됩니다. 반대로 연구를 할 때도 제가 진료하는 환자들을 중심에 두고 연구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게 되죠. 임상을 하지 않는 분들도 의학을 기반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연구에 더욱 몰입하실 것이고요.

최형진 그래서 저는 서울의대가 의사과학자 양성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종일 단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서울의대는 우리 국민과 인류를 위한 의학 발전을 이끌어야 하는 곳이니까요. 예를 들어 국민에게 ‘국내 어느 의대가 새로운 암 치료제 개발을 주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할 경우, ‘서울의대’라는 대답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의과대학 설립 이래 꾸준히 그런 목표를 향해 걸어온 것이 사실이고요. 하지만 많은 국민이 서울의대를 ‘좋은 의사를 배출하는 곳’으로만 여기고 계시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서울의대가 의사과학자 양성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의대는 우리 국민과 인류를 위한 의학 발전을 이끌어야 하는 곳이니까요.
최형진 교수

김종일 국가 의료를 책임지는 서울의대의 숙명 아닐까요? 그간 서울의대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꼭 필요한 일들을 해왔지만, 이런 일들은 단기간에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의학계의 흐름을 바꾸어 왔으니, 자부심을 가질 만합니다. 2011년 자체적으로 도입한 기초연구연수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들이 현재 전국 의과대학의 기초의학교실을 책임지고 계시고, 한때 침체되었던 기초의학 연구가 다시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시작한 보건복지부의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의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들은 수년 내에 우리나라 기초의학교실과 임상 현장을 책임지실 것이고요. 현재 진행 중인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의 경쟁률도 꽤 치열하지 않나요?

조동현 맞습니다. 박사 후 연구를 지원하는 Phase3의 경쟁률이 10대 1에 달했던 적도 있습니다. 탄탄한 체계를 갖춘 덕분일 겁니다. 사실 의사과학자로서 경력을 쌓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이 분명 있습니다. 그럴 때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고 다양한 지원 사업을 연결해 주는 체계가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됩니다.

최형진 실제로 외부에서는 ‘서울의대 대단하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처음에는 다들 신기하게 여겼습니다. 전문의로 진료하다가 기초의학을 하거나 양쪽을 병행하기가 쉽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사례가 하나, 둘 쌓이면서 적어도 서울의대에서는 그리 생소하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대학의 지원과 개인의 의지, 이 두 가지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하지만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이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가려면 좀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종일 곧 도입될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가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의과대학 입학 당시 연구에 관심이 컸던 학생들도 졸업할 때쯤 되면 임상 의사의 길을 걷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를 하고 싶어도 스스로 해내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이런 부분들을 해소하기 위해 예과 1학년 때부터 연구 방법이나 관련 진료를 차근차근 알려주고, 6년 동안 의과대학 공부에 더해 일정 비율 이상 연구를 수행하면 해당 분야에 대한 마이크로 디그리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일반 대학의 복수 전공 학위와 비슷한 것이지요. 이러한 제도들을 통해 우수한 학생들이 연구에 관심을 갖는다면 의사과학자가 더 많아질 테니까요.

하지만 서울의대가 더욱 많은 의사과학자를 배출하고 서울의대의 정체성인 국민과 인류를 위한 의료 발전을 이끌려면 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말씀 나누며 대담을 마무리했으면 합니다.

조동현 2024년은 서울의대가 설립 125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따라서 서울의대의 정체성과 역할을 역사적 맥락에 비춰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학교 설립을 시작으로 서울의대는 우리나라에서 의료분야를 이끄는 수많은 인재를 양성하고 배출해 왔습니다. 훌륭한 의사과학자들을 가장 잘 키워낼 수 있는 곳도 서울의대지요. ‘우리가 최고’라는 뜻이 아니라, 과감한 도전과 충분한 경험에 기반해 탄탄한 체계를 갖춰왔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런 체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지원이 필요한 만큼,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김종일 저는 학생들에게 연구에 뛰어들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일도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지만, 연구를 하면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고 차세대 먹거리인 바이오 헬스케어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국가의 미래를 위해 무조건 희생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국가와 사회가 더 많이 지원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연구의 즐거움과 보람을 경험해 보라는 의미입니다.

최형진 서울의대 내부에만 해도 전공의 과정과 연구를 병행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어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정말 안타깝죠. 그래서 저는 후원에 뜻이 있는 분들께 부탁을 드리고 싶어요. 서울의대의 인재들이 인류 건강 실현이라는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언젠가는 반드시, 놀라운 결과로 보답하겠습니다.

김종일 의학교 개학 이래 서울의대는 국가 의료를 책임지며 발전해 왔습니다. 덕분에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되 소외된 분야 없이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정체성을 갖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서울의대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내세우기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특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다른 분야를 놓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서울의대는 한국 사회와 의료계가 요구하는 다양한 역할을 꾸준하고 성실히 수행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탁월한 인재들을 배출해 전반적인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성원해 주시기를 당부드리며 오늘 대담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서울의대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SPSTSNU-SNUH Physician Scientist Training)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