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다움을 찾는 과정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회 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 누군가의 부모, 혹은 자식으로. 회사나 학교 등 조직의 구성원이나 조직을 이끌어가는 수장으로. 또는 어떤 이의 오랜 친구로, 혹은 가깝지만 먼 이웃으로. 많은 역할로 존재하는 ‘나’이지만,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 아직 모르겠다. 철두철미한 업무 수행력으로 주변의 신임을 얻는 게 진짜 나인지, 계획 없는 여행을 즐기며 휴일마다 한껏 늘어져 있는 것이 진짜 나인지, 낯선 이들 사이 묵묵한 내 모습이 진짜인지, 친구들 사이에서 수다스러운 내 모습이 진짜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 이런 수많은 자신의 모습 속에서 혼란과 괴리를 느끼거나, 눈앞에 닥친 여러 상황 탓에 점점 숨이 막혀 온다면, 이러한 고통을 슬기롭게 해결할 나만의 건강한 습관을 다지고 싶다면 ‘마인들링’이 필요한 때다.
정신건강의학,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
마인들링은 마인드(mind)와 핸들링(handling)이 합쳐진 말로, 정신건강의학 전문 지식을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마음 케어 온라인 서비스’이다. 마인들링 서비스를 시작한 ㈜포티파이 문우리 대표의 이력은 새삼 놀랍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미국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대학교에서 보건학과 경영학(MBA)을 전공했고, 맥킨지앤드컴퍼니에 입사해 3년간 경영컨설턴트로 일했다. 하지만 너무 치열하게 일했던 탓이었을까. 스스로 멘탈이 무너졌다고 느껴지는 시기가 왔고, 정신 건강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동료들을 만났다. 사람의 정신 건강에 대해 궁금해진 그는 사람을 이해하는 일을 해보자는 결심으로 다시 병원에 돌아왔다.
많은 전공 중에서도 정신과를 선택한 이유에는 다양한 사람과 마음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담겨 있었다. 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던 그는 정신과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돕고 싶었다. 그러나 그에게 한 명의 환자당 주어진 시간은 겨우 10~15분 정도뿐이었고, 이는 한 사람의 마음과 고민을 파악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문우리 대표는 더 많은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고 정신과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 싶었던 마음에 마인들링 서비스를 고안하게 됐다.
“제가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말리는 분들, 놀라워하는 분들, 걱정하는 분들 등 반응이 다양했어요. 그런데 결국에는 제일 가까운 사람의 반응이 제게 가장 큰 영향을 주더라고요. 특히 제 남편의 경우 본인이 실리콘밸리에서 일했을 뿐더러 창업에 관심이 많고 오픈 마인드여서 절 많이 지지해줬어요. 덕분에 제가 힘을 낼 수 있었던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건강한 마음에 건강한 조직이 깃든다
사용자가 마인들링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서비스를 시작하면 우선 내 마음 속에 있는 악동을 찾아보는 검사를 받게 된다. 완벽주의 성향의 엄격이, 낮은 자존감을 상징하는 물렁이, 사회적 소외를 뜻하는 고독이, 불안감을 보여주는 콩콩이,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버럭이까지 총 5가지 캐릭터 유형을 통해 내 안의 어떤 점이 가장 나를 힘들게 하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성향과 상황을 분석해 다양한 맞춤형 치유 솔루션을 제공한다. 문우리 대표는 이러한 마인들링을 통해 ‘모두가 나다움을 건강하게 발휘하는 세상’이 되기를 꿈꾼다.
“처음 마인들링 서비스를 시작할 때 사람들 모두가 자기 마음의 전문가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자신다움을 실천하는 건 개인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조직과 세상을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특히 최근 ㈜포티파이에서는 일터에서의 멘탈 코칭으로 범위를 좁힌 ‘업피플’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개인의 업무적 스트레스나 직장 내 관계 문제에서 멘탈 관리를 통해 심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리더나 관리자급의 멘탈 코칭을 통해 직장이라는 사회가 건강하게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서비스라 볼 수 있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건강한 조직이 될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문우리 대표의 철학이기도 하다.
삶이 충만해지는 방법, 나다움 찾기
문우리 대표는 지난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에서 2023년 동아시아 지역 어워드 펠로우로 선정됐다. 또 23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기적인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건강 문제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이슈로 번졌고, 마인들링은 새로운 방식의 마인드 케어 서비스라는 점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관심에 대해 문우리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세계 곳곳에서 많은 공감을 해주시는데, 저희는 특히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면서 실질적으로 시장에 나와 사용자들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 때문에 좋은 평가를 해주신 것 같다”며 “앞으로도 사람을 가장 잘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으며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업, 즉 ‘글로벌 리딩 피플피크 컴퍼니’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나다움’이라는 건 단순히 ‘나는 이런 사람이야’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나 자신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하고, 발견하고, 실천해 나가는 과정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힘은 들겠지만 결국에는 인간의 5대 욕구 중 최상에 위치한 자아 실현의 욕구를 채웠다는 느낌과 함께 삶의 충만함을 경험할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그렇기에 나다움을 찾는 과정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간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의 건강을 결정짓는 데 병원의 역할은 5~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개인이 자신의 건강을 보호, 유지하기 위해 취하는 건강한 행동(Health behavior)이 더욱 큰 역할을 하는데, 무려 40%나 차지한다고 전해진다. 포티파이(40fy)라는 이름에는 진료실 밖에서도 개인의 건강한 행동을 강화(fortify)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당신의 오늘은 어떠했는가. 나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날카롭고 뾰족한 말에 상처 입었거나, 나에게 아무런 의미 없는 타인의 생각 없는 행동에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지는 않은가. 만일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고 멘탈을 견고히 다져줄 나만의 튼튼한 마음 요새를 만들어 보자. 병원은 아니지만 그토록 지친 마음을 보듬어줄 손 안의 작은 대나무숲이 함께일 테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