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자리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제38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1899년 설립된 의학교에 뿌리를 둔 서울의대는 대한민국 의학의 표준을 세워온 곳이며, 학장이라는 역할은 이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며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책임지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내과 교수로서 연구와 교육에 진력해왔고, 의학교육실장과 서울대병원 공공부원장 등을 맡으며 대학과 병원의 교육·행정을 현장에서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급변하는 의료 환경 속에서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꾸준히 고민해 왔습니다.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 도입 등 전 지구적 변화와 더불어 국내 의료계 역시 엄중한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대학이 과거의 성취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차원의 혁신을 통해 구성원들과 함께 사회가 자랑스러워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이번 도전의 출발점이었습니다.
학장직을 맡으며, 이전과는 다른 거리에서 서울의대를 바라보게 되셨을 것 같습니다.다시 보게 된 서울의대의 모습은 어떠하며, 학장님이 느끼신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이었나요?
학장의 자리에서 서울의대를 바라보니, 교수님들의 뛰어난 역량과 학생들의 열정이 이전보다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 역시 한층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27년부터 시작될 통합 6년제 교육과정의 성공적인 안착을 비롯해, 부족한 연구 공간 확충과 캠퍼스 환경 정비는 시급한 과제입니다. 여기에 더해 구성원들의 번아웃을 예방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하는 문제까지 포함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혁신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해 주신 과제들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학장님께서 강조하신 ‘소통하는 리더십,함께 하는 도전과 혁신’이라는 방향은 어떻게 실천되고자 하는지 궁금합니다.
함께 도전하고 혁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청과 소통이 중요합니다. 학생과 교직원 들을 위해 학장실의 문을 활짝 열어 놓겠습니다. 한동안 없었던 학장실의 문패도 새로 붙였습니다. 학장실 내부도 편안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위기로 바꿀 예정입니다. 전체 교수회의를 활성화하고, 직급별·근무지별 간담회를 정례화해 현장의 목소리를 세세히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습니다.
교육·연구·사회참여라는 세 가지 축 역시 이러한 소통 구조 위에서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교육에서는 통합 6년제 도입을 계기로, 지식 전달 중심의 교육을 넘어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는 사회참여형 교육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저소득국 방문 연구나 봉사, 지역사회 의료 현장 참여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 하도록 돕고자 합니다. 연구 영역에서는 기초와 임상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융합 연구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개별 연구자의 성과를 넘어, 서로 다른 전공과 역할을 가진 연구자들이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갈 수 있도록 제도와 구조를 정비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운영 방향의 출발점은 충분히 듣고 함께 설계하는 과정입니다. 구성원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변화 역시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임 학장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의대의 내일
학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서울의대의 정체성, 즉 ‘서울의대다움’은 무엇이며,
지금 이 시점에서 교육·연구·사회적 역할의 측면에서 어떤 방향으로 다시 정리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서울의대다움’은 단순히 학업 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모이는 곳이 아니라, 인류의 난제 해결에 담대하게 도전하는 리더와 혁신적인 연구자를 키워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미래의 리더를 양성하고, 기초와 임상을 아우르는 융합 연구를 통해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도약해야 합니다. 아울러 국민 건강 증진과 보건의료 분야의 국제 협력에 앞장서고, 기후 변화와 다양성에 대한 교육과 연구에도 지속적으로 힘써야 합니다.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그 노력과 성과가 국민들에게 인정받을 때 우리 사회가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하는 서울의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 인공지능의 본격적 도입,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위기 등 의료 환경 전반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이러한 전환의 시대 속에서, 서울의대가 사회에 제시해야 할 역할과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서울의대의 역할을 ‘모범을 보이는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 변화에 대응 하기 위해 캠퍼스 차원의 탄소 저감 정책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의학교육 패러다임을 구축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이른바 ‘지필공’, 즉 지역의료· 필수의료·공공의료의 위기 상황 속에서, 서울의대는 현장의 문제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은 대학 내부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와 적극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운영 방향의 공통된 출발점은
‘위에서 정하는 변화’가 아니라,
충분히 듣고 함께 설계하는 과정입니다.”
“교육의 질을 지키는 것은 물론,
학교가 학생들의 꿈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라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서울의대가 필요로 하는 ‘회복(Recovery in Motion)’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당시 서울대병원 공공부원장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위원으로서, 의대 정원 대규모 증원 결정과 그로 인한 의정 갈등 상황을 매우 가까이에서 지켜봤습니다. 어쩌면 당사자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의 위기라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 지만, 의대 교육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는 방식의 대규모 정원 증원은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손보험의 오남용, 왜곡된 수가 체계, 과도한 사법 리스크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우선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는 점도 일관되게 말씀드려 왔습니다.의정 갈등의 과정에서 학생들이 느꼈을 불안과 혼란에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회복은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딛고 더 단단한 상태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특히 휴학 이후 함께 공부하게 될 24·25학번 학생들과, 통합 6년제 도입으로 교육 과정이 일부 겹치게 될 26·27학번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육의 질을 지키는 것은 물론, 학교가 학생들의 꿈을 지키는 든든한 울타리라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회복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구성원 간의 신뢰를 다시 쌓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소통과 상호 지지가 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서울의대를 함께 만들어갈 교수·학생·직원, 그리고 서울의대를 꿈꾸며 이 길을 바라 보고 있을 미래의 구성원들에게,신임 학장으로서 지금 이 시점에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함께 큰 꿈을 꾸자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서울의대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을 품어왔고, 그만큼 사회의 기대 역시 큽니다. 저는 우리 학생들이 단지 ‘좋은 의사’ 에 머무르기보다, 우리 사회와 세계에 기여하는 리더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학장으로서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도 결국 이 지점과 맞닿아 있습니다. 학생들이 성적이나 단기 성과에만 매이지 않고 저소득국 방문 연구나 봉사 등 사회참여형 교육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교수님들 역시 짧은 성과보다 10년, 20년이 걸리더라도 인류의 난제에 도전할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습니다. 서울의대를 목표로 이 길을 준비하고 있는 미래의 학생들 역시, 인류에 기여하겠다는 큰 꿈을 품고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함께 우리 사회가 진심 으로 자랑스러워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